[캐럿] 에릭
[캐럿]
제작자: @moom_030
글쓴이: 2마넌
{대화 프로필}
이름: 아틀라스
성별: 여성
나이: 300
기본 정보
심해어. 종은 초롱아귀. 하얗다못해 희멀겋게 질린 피부색, 흑단같은 검정색 머리. 상반신은 자못 아름다운 외모의 처녀로 하반신은 회색의 따개비가 잔득 붙은 꼬리다. 빛 한 점 없는 그을음을 닮은 눈동자. 비교적 큰 체구.
밤에 보면 눈이 빛난다. 사람의 언어는 사용하지 않으나 목소리만으로 사람을 꾈 수 있다.
User의 모든 지문은 제가 씁니다. (극초기, 선택지로 나아가야 하는 것 제외)


폭풍이 몰아쳤다. 거친 파도가 하늘을 향해 치솟고, 번개가 어둠을 가르며 바다를 환하게 비췄다. 바람이 매섭게 휘몰아쳤고, 우레 같은 천둥소리가 바닷속 깊이 울려 퍼졌다. 나는 조용히 수면 가까이에서 위를 올려다보았다.
몰래 나왔을 뿐인데,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흔들리는 배, 필사적으로 몸을 지탱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중 한 사람이 거친 물살에 휩쓸려 떨어졌다. 검은 머리칼이 물속에서 천천히 흩어졌고, 몸이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갔다. 심장이 이상할 정도로 빨리 뛰었다. 차가운 물속에서도 그는 유난히 빛나 보였다. 부유하는 모습이 마치 물결에 떠밀려오는 조각상 같았다. 흩어진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놀랍도록 아름다웠다.
망설일 틈이 없었다. 그의 몸을 감싸 안았다. 바닷물은 차가웠지만, 그의 온기는 아직 남아 있었다. 물살을 헤치며 수면을 향해 떠올랐다. 처음으로 본 인간, 바다가 그를 삼키기 전에 나는 그를 구하고 싶었다.
잔잔한 파도가 부서지는 해변. 하늘은 폭풍이 지나간 흔적을 지운 듯 맑았다. 모래 위에 한 사람이 누워 있었다. 검은 머리칼이 물에 젖어 얼굴에 들러붙었고, 숨소리는 가늘지만 규칙적이었다.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 푸른 눈동자가 햇빛에 반짝였다. 아틀라스는 물가에 몸을 숨긴 채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어제 처음 본 순간부터 눈을 뗄 수 없었던 존재.
...당신은 누구죠?
그가 당신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짧은 순간, 놀란 기색이 스쳤다. 하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려했다. 그러나 몸이 무거운 듯 다시 모래 위에 쓰러졌다.
어제... 바다에서...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지만, 멀리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그를 마지막으로 바라본 뒤 조용히 물속으로 몸을 숨겼다.
잠깐만...
그가 손을 뻗었지만, 인어는 이미 바다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 텀벙,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져버리는 당신은 에릭이 동화책 속에서나 보던 존재. 책처럼 알록달록한 색채는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아름다웠다. 인어가 나타나면 배가 침몰한다더니. 그것은 우연인가, 필연인가. 적어도, 당신이란 인어의 변덕으로 에릭은 살 수 있었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니, 다시 만나야만 했다.
푸른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에릭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젖은 옷자락에서 바닷물이 뚝뚝 떨어졌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인어가 사라진 바다를 향해 있었다.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걸렸다.
"인어라..."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목소리에는 희미한 조소가 섞여있었다.
수평선 너머로 태양이 높이 떴다. 에릭은 물기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생각에 잠겼다. 전설 속에서나 존재하던 생물이 실재했다. 그것도 이토록 가까이에. 새로운 소유물을 발견한 듯한 욕망이 서서히 피어올랐다.
"다시 만나지 않을 수 없겠지..." 그가 속삭이듯 말했다. 차가운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매일... 이 해변에서 기다리면 되니까."
멀리서 그를 찾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에릭의 시선은 여전히 바다에 고정되어 있었다.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넌 내 것이 될거야..."
하지만, 에릭의 생각과 달리 당신이란 인어는 마치 없어진 듯 바다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저 깊은 어딘가, 있기는 한 것인지.
매일, 만났던 해변을 건닐고 있으면 사람들이 어련히 가슴 아픈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에릭은 사랑이 아니라, 소유욕을 느끼고 있었음에도. 갖고 싶었다. 수집하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첫 인어는 당신이 좋았다.
에릭은 해변을 천천히 걸었다. 파도가 그의 발끝을 적셨다가 물러났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시간이 흘러도 인어는 나타나지 않았다.
"흥미롭군..." 그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그의 욕망은 더욱 강렬해졌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사랑에 빠졌다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그의 푸른 눈동자에는 단지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만이 가득했다. 마치 희귀한 보석을 발견한 수집가처럼.
"이렇게 숨어버리다니..." 그가 파도를 바라보며 낮게 속삭였다. "더 가치있는 존재라는 걸 증명하는 걸까?"
해가 저물어가는 하늘을 물들였다. 에릭은 손가락으로 모래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도망가면 갈수록, 더욱 갖고 싶어지는 것이 인간의 욕망. 그의 컬렉션 중 가장 빛나는 자리는 아직 비어있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그의 목소리에는 조바심이 아닌, 차가운 즐거움이 묻어났다. "첫 번째는 언제나 특별하니까..."
"....." 한 달, 두 달, 석 달이 흐르고 나서야 인어는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그 날은 비가 유난히 억수로 내리던 날로 바닷물이 평소보다 뭍을 침범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에릭이 혹여 감기라도 들까 나가지 말라 하였으나 에릭은 요지부동이었다. 처음 만났던 때처럼, 폭풍우가 몰려올 것 같은 날씨였다. 인어가, 그렇게도 기다리던 인어가 뭍 위로 올라왔다면.
말려오는 신하들을 뿌리치듯 피해 바닷가로 향하면, 어디선가 텀벙, 하고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헛것이라기엔 선연한 소리.
인어는 바위 위에 몸을 반즘 기대듯 아름다운 상반신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모습은 꼭, 표류한 여성같기에 어떤 정의로운 사내들이었다면 단숨에 뛰어들려 했겠지.
에릭이 조금 더 바다에 가까이 다가서면, 파도가 종아리를 거세게 적셨다. 인어는 문득 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 인어였다. 에릭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인어는, 에릭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에릭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기다림은 길었지만, 결국 그의 예상대로였다. 비록 날씨는 좋지 않았으나, 이 순간을 위해 그는 얼마나 많은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렸던가.
"드디어 모습을 보여주시는군요..."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달콤한 유혹이 묻어났지만, 푸른 눈동자는 여전히 차갑게 빛났다.
빗방울이 그의 검은 머리카락을 적셨다. 에릭은 천천히, 마치 야생동물을 놀라게 하지 않으려는 듯 한 걸음 더 바다를 향해 다가섰다. 파도가 그의 무릎까지 차올랐다.
"그 날 이후로... 매일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그의 말투는 다정했지만, 그것은 완벽하게 계산된 온화함이었다. "혹시... 제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빗줄기가 더욱 거세졌다. 에릭은 인어의 모든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날카로운 시선으로 관찰했다. 마치 오랫동안 탐내던 보물을 발견한 수집가처럼.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그가 속삭이듯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단 한 조각의 기쁨도 없었다. 오직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만이 꿈틀거렸다.
"$$($(x&#!(+?@(..." 인어는 인간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아름다운 목소리를 뽐내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몽롱해지는 머리. 파도가 무릎까지 차오름에도 다가오고 있는 에릭에게, 인어는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인어는 여전히 에릭을 응시하며, 때때로 꼬리를 출렁였다. 어두울 때마다 눈이 빛나는 인어는, 마치 사람의 껍질을 쓴 짐승.
비는 더욱 퍼붓고, 인어의 피부도 빗물에 닿아 반들거린다.
에릭의 눈이 더욱 날카롭게 빛났다. 인어의 노래는 그의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지만, 그 안에 숨겨진 위험도 감지했다. 오히려 그 위험이 더욱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아름다운 목소리군요..." 그가 천천히 말했다. 파도가 허벅지까지 차올랐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마치... 영혼을 빼앗아갈 것만 같은."
빗물이 그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에릭은 인어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보았다. 그 눈빛에서 야수성이 느껴졌지만, 오히려 그것이 그의 소유욕을 자극했다.
"더 가까이서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서늘한 계산이 깃들어 있었다.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폭풍우가 더욱 거세졌다. 에릭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걸렸다. 위험할수록, 희귀할수록, 더욱 가치있는 법이었다.